Khakis Seongsu
Flagship Store
10월 18일, 카키스의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성수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성수 스토어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실용성을
반영한 모듈형 구조로 설계되어,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연희 스토어에 이어 씨오엠과 함께한 이번
성수 스토어는 실용성과 미학적 균형을 동시에 갖춘 곳으로, 제품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스토어 내 모든 가구는 이동과 재배치가 가능해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바퀴가 달린 가구와 조절 가능한 선반은 제품 배치에 따라 공간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카키스의 제품이 단순
소비재가 아닌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카키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관련하여 씨오엠과 나눈 대화를 통해
디자인 과정과 그 방향성을 자세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K: Khakis(카키스), C: COM(씨오엠)
카키스 연희 스토어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나 뵙게 되었네요. 이번 카키스 성수 프로젝트를 통해 씨오엠이 해석한 카키스와 성수 스토어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스토어 방향성과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연희점 이후 4년만에 다시 카키스를 디자인하게 되었는데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노트에 ‘NEW 카키스’라 적은 몇 가지 원칙이 있었어요.
1.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
2. 필요 이상의 디테일로 피로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3. 매장 구성원과 고객을 위해 설계한다.
4. 디자인적 아이디어는 세 개면 충분하다.
지금 다시 보니 특히 4번이 맘에 드네요. 이런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사실
다른 프로젝트에도 적용되는 말들인 것 같지만요. (하하) 우리는 디자인을 할
때 어떠어떠한 룩, 이를테면 -스타일, 느낌, 컨셉 등- 으로 표현되는
이야기를 나누진 않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시도해보고 싶은지, 어떤
것을 해보는 것이 재미있을지를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저런 원칙이나 기준이
있으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만 같지만, 사실 초반에 엄청
헤맸어요. 초기 안은 벽을 따라 선반들이 도열해 있고, 매장 중앙은 매우 긴
행거로 가득찬 구성이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무책임한 레이아웃이었죠.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금 와서 초기 안을
되돌아보니 좀…아무튼 그렇습니다.
‘NEW 카키스’라는 원칙 아래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그중 ‘디자인적 아이디어는 세 개면 충분하다’는 원칙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디자인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 스토어에서 특히 중점을 두었던 요소나 방향성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헤비듀티’라는 책이 떠올랐는데요. 헤비듀티란 단어는 튼튼함을 뜻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헤비듀티는 필요와 쓰임이 충분한 물건들을 칭하는
말이에요. 여기 등장하는 물건들은 완결된 상품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도구’에 가까운 것들이죠. 카키스를 이루는 요소들이 이러한 ‘도구’와
닮았으면 했어요.
매장 가구들은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하며,
양면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선반의 높이는 자유롭게 조절되고 유리로 이뤄져
빛이 저 아래에 있는 물건에까지 닿도록 했어요. 천장에 매달린 옷걸이들은
계획된 간격으로 매달 수 있고, 시즌이 바뀌어 필요가 없어진다면 손쉽게
제거와 이동설치가 가능해요. 가구들의 하부는 금속이 덧대어 있어 이동
간이나 사람들의 발이 닿더라도 오래 쓰는 데 문제 없도록 했고요. 대부분의
도구가 그렇듯 특별한 안내문구 없이도 매장 구성원들이 필요에 따라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그런 것이 카키스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카키스에서 만드는 옷이나 물품들 또한 도구 같은 면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카키스 성수 스토어와 연희 스토어의 공간 디자인에서 어떤 차별화된 요소를 두고 계신가요?
외형적으로 두 매장이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매장의 기본이 되는
요소를 서로 공유하고 있어요. 연희 스토어의 중앙 가구는 이동과 변형이
가능했는데요. 이는 의류뿐 아니라 도서, 음반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성수의 가구 또한 그래요.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연희 매장은 최대한 건축의 계획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됐는데 성수도
그렇죠.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선이 닿는 천장이나 벽에 무언가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양 지점 모두 그런 부분이 없는걸 보면요. 다만
성수점 바닥만큼은 중립적이지 않은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 부분은 차차
이야기할게요.
카키스 성수 스토어의 공간 배치와 고객 동선을 설계할 때,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공간을 가로지르는 길이가 긴 옷걸이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박인욱
대표님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무척 긴 옷걸이를 설치하는 것이
디자인적으로 스펙타클해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쇼핑의 집중력은
떨어진다는 말이었어요. 긴 옷걸이의 모양이 지루하다거나, 단조롭다는
이야기로 흐를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집중력’이라는 단어를 썼다는게
좋더라고요. 이건 사용자 중심적인 단어잖아요. 그때 우리가 실제로 쇼핑의
즐거움을 느꼈던, ‘집중력’을 잃지 않고 순수한 발견의 즐거움이 있던 곳이
어디였는지 떠올려 봤어요.
레코드샵이 그렇더라고요. 레코드샵은
물건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구석구석 내 의지를 가지고 디깅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그곳은 좋은 것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마침내 바라는 것을 만났을
때의 행복감 같은 것들로 가득하죠. 그래서 우리는 카키스에서 다루는
제품들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어요. 이게 디자인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수점의 상품들은 쌓아놓은 벤치 사이에, 다양한 높이에,
선반과 선반 사이에 위치하도록 계획됐어요. 물건과 가구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 겹쳐 보이는 모습은 이곳에서 뭔가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죠.
카키스 성수 스토어에 사용한 주재료나 마감재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재료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재가 가진 특성을 활용하고 싶었어요. 이런 말은 디자이너라면 늘 하는
말이긴 한데요. 정말 그렇게 쓰고 싶었습니다. 카키스 성수에 쓰인 재료는
모두 쉬운 재료들이에요. 나무, 쇠, 유리, 흙(바닥 벽돌)으로 구성되어 있죠.
나무는 시간이 쌓일 수 있는 소재라 이리저리 이동될 카키스의 가구에
적합했어요. 움직이며 만들어진 가구의 상처들이 매장에 시간성을 만들어 줄
테니까요.
공중에 떠있는 행거는 별도의 고정장치 없이 얇은 철사를
휘어 천장에 걸쳐 두고 그 사이에 파이프를 얹어둔 아주 단순한 형태예요.
쇠는 강하게 힘을 주면 휘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래 위치로 돌아가려는 탄성도
있잖아요? 이 탄성을 이용해 별도의 고정장치를 풀고 조이는 일 없이 손쉽게
천장에 걸었다 떼었다 할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쓰임에 맞게 주 재료를
선택했어요.
씨오엠이 설계한 공중에 떠 있는 행거 디자인은 클립 형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디자인은 보관과 이동의 편의성을 고려해 제작되었으며, 얇은 철사를 천장에 고정장치 없이 걸고 그 사이에 파이프를 얹는 간단한 구조로 쇠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합니다.이러한 구조를 활용하여 자유롭게 위치를 변경할 수 있으며, 의류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오브제 등의 전시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토어의 색상 팔레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각 색상이 전달하는 의미나 의도가 있을까요?
색상 팔레트가 마감재 간의 텍스쳐나 컬러 조화를 가르키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요. 색상이나 질감은 소재가 가진 본연의
것을 드러내면 된다는 주의에요. 모양이 괜찮다면 색이나 질감은 뭐가
되더라도 좋을 거란 생각도 있고요. 어떤 것이든 비례만 좋으면 그 위에 아무
색을 입혀도 좋을 거예요. 다만 바닥만큼은 끝까지 고민했어요.
카키스의
바닥은 어때야 하는지? 바닥에는 특별한 기능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콘센트
정도만 제 위치에 있으면 됐죠. 그런 바닥이 가장 중립적인 모습이기 위해선
건축의 콘크리트 마감을 따라가는 것일 거예요. 굳이 지금의 바닥 소재여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죠. 그런데 ‘분위기’ 또한 기능이라고 한다면. 바닥 정도는
그 모양과 질감, 색을 잘 선택해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기준을 가지고 고른다면 그래서
마감재를 잘 고르는 것만으로 디자인이 되는 것이라면 필요이상으로 잘
고르고 싶었어요.
찾을 수 있는 대부분의 바닥 마감재는 대체로 광이
나거나, 우리 기준에서 너무 매끈하고 기름졌어요. 그래서 눈을 돌려
해외에서 찾기 시작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된 소재는 벽돌을 만들다 남은
버려진 흙을 재활용해 구워낸 제품이에요. 그렇기에 서로 색감이 다르고
표면도 미묘한 광택감이 있는 동시에 거칠었는데 자연스러운 질감을 찾던
우리에게 알맞았죠. 이들의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타일보다는 벽돌에
가까워요. 타일이 아니란 점도 맘에 들고요. 어떤 사람은 ‘디자인 바닥이 다
했네’ 하곤 하는데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바닥이
정해지기 전까진 우리 모두 이 공간의 분위기가 어때야 하는지 감을 못 잡고
있었거든요. 바닥 이야기가 길어져버렸네요.
자연스러운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외의 다양한 타일을 조사한 끝에, 일본산 타일을 선택했습니다. 이 타일은 벽돌을 만들고 남은 흙을 재활용해 만들어졌으며, 각 타일마다 고유의 색상과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벽돌 소재의 타일과 최소한의 나무 프레임, 유리로 제작된 가구들이 조화를 이루어 보다 풍부한 자연광을 느낄 수 있으며, 마치 야외 공원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카키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어떤 경험을 얻어가길 기대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앞선 몇몇 프로젝트에서 배운 점은 공간에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야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뀔 수 있거든요. 카키스 성수는 이런 생각을 최대한 실현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다루는 물건이 늘어나면 늘어난 대로 자연스럽고, 또 어느 날은 공간을 비우고 이벤트를 하기도 하는 다양한 쓰임이 이뤄지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그래서 방문한 사람들에겐 다양한 모습으로 마치 레코드샵처럼 디깅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매장 디자인이 인상에 남기보다 발견하는 기쁨이 있는 장소로 기억되면 더 좋겠고요.
카키스 성수 스토어는 씨오엠의 작업 방식과 카키스가 지향하는 자연스러움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카키스는 매 시즌 개성과 디테일을 담아,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집중한 좋은 품질의 옷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MADE
TO LAST”라는 모토 아래,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옷을 목표로 하며,
이번 매장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반영해 설계되었습니다. 성수 스토어는
고객들의 일상에 가치를 더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이 편안함
속에서 새로운 발견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